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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솔루션] 유능제강

작성자관리자

  • 등록일 22-09-20
  • 조회17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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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유년 시절에 유도를 배운 적이 있다. 누가 유도 좀 배웠다고 하면 엄청난 거구가 사람 몇 명 정도는 거뜬히 들어 메쳐버리는 그림을 상상하겠지만 나는 그럴 사람이 못 된다. 당시 필자에게 갖춰진 신체적 조건은 상대적으로 열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도를 배우려고 했던 이유는 그것이 오로지 힘만 우선시되는 무도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원리를 익혀보니 알 수 있었다. 유도는 무게와 균형을 이용해 역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기술이 필수적인 운동이었다. 달려드는 상대의 체중을 이용한다면 그 속도와 무게로 받아넘길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실제 대련 중에 나보다 훨씬 작은 체구의 선수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거구를 한 번에 넘기는 장면을 보기도 했는데 이는 짜릿함을 넘어 확신을 들게 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것은 이래서 나온 말이었구나!‘

 

가끔 우리가 보는 토론에서도 유사한 장면들이 눈에 띈다. 독기 가득한 목소리와 더불어 공격적인 질문만을 퍼붓는 사람. 그리고 그 공격에 아무렇지 않다는 듯 부드럽게 맞대응하는 사람. 그 장면에서 우리는 토론의 기술을 엿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자주 쓰이는 기술이 바로 블로킹(Blocking)과 브릿징(Bridging)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뜻을 가진 이 두 가지 기술은 자신의 논점으로 주제를 돌리게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배구나 농구에서 많이 들어본 표현이겠지만 블로킹은 말 그대로 막아내는기술이다. 공격적 질문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질문의 칼 끝을 살짝 피해 나가는 기술이 되겠다. 필자의 컨설팅 사례를 예로 들어보면 지사님을 언론에서는 늘 대선후보로 분류했지만 의정 경험이 없는 유일한 분입니다. 원외가 가진 한계가 분명히 있을 것이란 지적이 많은데, 어떤 답변 주시겠습니까?” 하는 도발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한번 생각해보자.


앞에서 말한 블로킹 기술을 적용한 답변을 만들어보자면 옳은 지적입니다. 0선의 대선후보라는 것은 사실이지요. 그래서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사가 되자마자...” 라는 표현이 가능하다. 또는 누군가의 한계를 걱정해주신다는 건 그만큼 큰 기대를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하고, 이 질문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네요.” 정도도 가능할 것이다. 대부분 공격적인 질문을 받으면 경직됨과 동시에 논리적으로 함께 따져보자는 식의 답변을 하는데, 그것보다 블로킹이 준비되어 있다면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는 이로 하여금 여유를 느끼게 할 수 있다. 가끔은 적절한 유머를 섞어보는 것도 블로킹의 백미 중의 백미다.

 

블로킹 기술이 막아내는 것에 무게를 뒀다면 다음 소개할 브릿징 기술은 연결에 무게를 둔다. 살짝 막아냄과 동시에 우리가 전달하기 원하는 핵심 내용으로 연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앞의 질문과 동일하게 지사님을 언론에서는 늘 대선후보로 분류했지만 의정 경험이 없는 유일한 분입니다. 원외가 가진 한계가 분명히 있을 것이란 지적이 많은데, 어떤 답변 주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브릿징 기술을 사용해 답변해보자.

 

일단은 블로킹을 사용해서 막아낸다. , “맞는 말씀입니다. 저에게 그런 한계가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이후에 브릿징을 한다. “그러나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제가 더 주목하고 있는 것은 정치인으로서의 갈등 조정 능력입니다. 따라서 저는 그동안(핵심 메시지) ” 이렇게 커뮤니케이션을 우리의 시간으로 만드는 기술이 브릿징이라고 할수 있다.

 

때론 공격적이거나 도발적인 질문에 직접적인 답변을 하다가 역효과가 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앞에서 표현한 유도와 유사하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상대에게 똑같이 힘으로 맞대응한다면 팽팽한 긴장 상태만을 유지하게 되거나, 무리한 시도로 패배의 위기를 맞닥뜨릴 수 있다. 전자든 후자든, 대중에게 끝까지 흥미로운 경기가 되긴 어려울 것이다. 거센 공격에도 멋지게 방어하고 이윽고 자세를 정비하며 재반격에 들어가는 선수들의 경기들을 보면, 필자는 항시 인터뷰와 토론에서 자주 쓰였던 블로킹과 브릿징을 생각하게 된다.

논리로 무장한 사람이 던지는 공격적이고 거친 질문이든,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받은 질문이든 블로킹과 브릿징을 익숙하게 학습해둔다면 우리의 커뮤니케이션은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블로킹과 브릿징이 마치 교묘하게 질문을 피해가기 위한 일종의 꼼수는 아니라는 것이다. 상대의 의도 섞인 질문 공세를 적절히 막아내며 유연한 태도로 나의 핵심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좀더 정확하고, 논리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기술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 박영식 메타커뮤니케이션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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